2008년 12월 10일
무라카미 하루키 - 양을 둘러싼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중 제일 처음 읽은 책이다.
그리고 다음날 당장에 서점에 달려가 해변의 카프카와 상실의시대를 사 왔더랬다.

아주 진지한 공기가 들어있는 풍선속에서 유영하는 기분이 드는데
이는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면서도 사실은 지극히 냉엄한 현실이 배경인 탓이다.
상식과 비상식, 이성과 환상이 직조되어 정신을 차릴수 없게, 하지만 정신을 차리게된다면
아주 추운 겨울 황량한 들판에 서있는 내자신을 발견하고 소름이 돋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 양이란 sheep, 동물로서의 양을 말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로는 어둠의 권력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수있고, 맞닥뜨리게되면 무너지고 투항하고 먹힐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지배를 말한다.
그 양은 빙의처럼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양을 둘러싼 모험은 그러한 양이 붙어있는, 자신의 친구를 찾아 떠나는 나(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쥐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모르겠어." 나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담요를 뒤집어쓴 체로 어둠 속을 응시했다.

어렵지않은 소설을 주로 읽은터라 이해가 가지 않은 적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양을 둘러싼 모험은 두번째까지 읽어서야 은은한 감동이 벅차게 밀려왔다.
반면에.. 해변의 카프카는 두손 두발 다들었다.ㅋㅋ
매번 증명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포기하라고 하고 싶다.
그래도 이 양을 둘러싼 모험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하루키의 작품을 절대 무시하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이 작품만은 정말 대단하다.



by 아로롤 | 2008/12/10 13:24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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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varaDeva at 2008/12/11 16:48
양을 쫓는 모험은 정말 명작이었죠.
제게 하루끼의 첫 작품은 1973년의 핀볼이었는데.. 그 후로 하루끼 책은 모두 읽게 되었어요.
그런데 최근 몇 작품들은 예전의 하드보일드한 느낌이 나질 않아서 실망하곤 해요.
해변의 카프가만 해도 재미는 있는데 약간 변질된 느낌.
태엽감는새 정도까지가 우울할 때 읽으면, 나보다 더 우울한 주인공으로 부터 위안을 받게하는 하루끼 소설의 정점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아로롤 at 2008/12/23 08:55
1월엔.. 1973년의 핀볼을 읽어봐야겠네요~
아아아아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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